치과의료인 양성과제

치과의료인 양성과제 - 서울대학교 치의학 대학원 이재일

 치과의료는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전문의료인이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구강건강의 회복 및 증진을 위해 시행하는 전문적인 서비스이며, 이 같은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우리 사회는 높은 비용을 지급하여 치과의사의 양성을 위한 교육을 시행합니다. 

   

 학생이 부담해야 하는 직접 비용도 비싸나, 동시에 사회적 부담도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전문인력을 어느 정도의 숫자로 양성해야 우리 사회의 수준에 맞는 양질의 치과의료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의료서비스는 양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의료서비스의 기반이 취약하고 의료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의료인력의 적정 수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나, 일정 수 이상의 의료인력을 확보하고 진료의 질적 수준도 높은 국가에서는 단순히 의료인의 숫자를 늘리 는 것만으로는 국민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만족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의료인력의 공급과잉은 의료혜택의 증가가 아니라 과잉 의료를 포함한 비정상적인 의료의 증가와 이에 따라 국민의 의료비 부담만을 높이는 요인이 됩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치과대학 지원자나 기존 치과의사의 질적 수준이 높은 국가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양질의 인력이 수행하는 진료의 질과 효율성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하지만 지금 문제가 되는 네트워크 치과와 같은 왜곡된 의료행태는 결국 우리 의료의 선진화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과잉 경쟁의 결과로 이윤 추구의 극대화가 의료행위의 일차적 목표가 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의 하나입니다. 

   

 앞으로 의료인력공급 과잉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지금보다 더 크고 심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 치과의료에서 인력의 공급이 적정한지 아닌지는 더욱 면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또 다른 측면은 우리의 의료서비스가 앞으로도 영원히 지금과 같이 국내에 한정되어 있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현재도 적지 않은 치과의사들이 해외진출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우리나라로 들어오고자 하는 치과의료인력은 더욱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점차 증가하는 의료시장의 개방압력과 현재의 제도하에서도 가능한 치과의사의 국내진입 증가는 실제 국내에서 가용한 치과의료인력의 수나 의료의 질을 추정하기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 나타나는 모든 치과의료의 문제점이 의료인력의 공급과잉(또는 부족)에 의해서만 나타나 는 것은 아니지만, 부분적으로는 사실인 것으로 보이며, 문제가 이미 나타난 이상, 그 문제에 대해 객관적인 검토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의료인력 공급의 과잉 또는 부족에 대해서 논의할 때는 치과 의사의 수만을 이야기하지 말고 우리 국민의 치과의료의 질 보장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 지를 생각하여야 합니다. 치과의사의 양성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의 입장에서는 선발인원의 양적 조정에 앞서 의료의 질적 수준을 보장할 수 있는 양질의 졸업생을 양성하는 것이 현재 우리 치과의료의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질의 의료인력양성은 단순히 정해진 기간에 일정한 분량과 수준의 지식이나 기술을 가르침으로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사회가 요구하는 치과의사의 역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맞는 교육을 수행하여야 하겠습니다.

   

 대부분의 전문직교육에서와 마찬가지로 현대사회에서 전문직의 역량은 단순히 지식과 기술의 수준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봉사와 헌신, 타인에 대한 존중과 대화의 능력, 그리고 우리 사회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창의적 리더십이 우선입니다.

   

 학교는 이 같은 역량을 기본적으로 갖춘 졸업생을 배출해야 하며, 이 같은 새로운 교육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교육부담이 늘어나게 되고 교육투자의 요구도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치과대학의 학생 수는 새로운 교육에 필요한 각 대학의 교육 투자의 규모와 교육의 질을 유지 할 수 있는 수준에 맞추어 그 수가 조정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근래 어려운 난관에 처해 있지만 치과전문의제도 활성화도 필요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의사 대 치과의사 비율이 4:1임에도 의과의 26개 전문의와 비교하면 일개 과 정도로 보이는'치과'로는 앞날이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간호사는 100만인 서명을 통하면서 간호사법 독립을 시도하는데 왜 '치(과)의사법'독립은 안 되는지 반문해야 합니다.

   

 또한, 치과위생과 대학 수가 80여 개에서 년 4,000여 명이 배출되는 상황에서 이와 역 비례로 치과의사 배출은 분명 감소해야 합니다. 그리고 '노인 장기요양보험'처럼 치과보험은 독립해야 하며 약사, 한의사, 의사와 한 틀에서는 치과의 미래가 없어 보입니다.

   

 2000년 심평원에서 건강보험을 접한 이후 참석해본 여러 국내 및 국제 보험 관련 심포지엄과 토론회 그리고 공청회에서' 치과가 거론된 단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치과는 왜 보험 되는 게 없나요? "뿐입니다.

   

 앞으로 젊은 치과의사들의 미래를 위해서는 치과보험 활성화를 위하여 치과계 모두가 심히 분발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