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기꺼이 대접받고 싶어 한다. 계급사회에서는 눈에 보이는 구분이라고 있었지만, 현재는 일단 외형적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현대에는 명품과 극단적인 서비스업이 한껏 기승을 부린다. 이것은 남들과 구분되고자 하는 욕구가 아니라 상대적 우월감을 느껴야만 충족되는 인간 본성의 작용이므로 그 만족도는 가늠할 수 없을 만큼의 치명적 유혹과 연관된다.
그런데 이같이 존중받고자 하는 본성의 이면에서 우리는 품위 상실이라는 보편적 가치의 일탈과 마주하게 된다. 존귀한 존재로 살아가려는 것은 어쨌든 가치 있는 삶이다. 그렇지만 그 이전에 지키고 또 지켜야 할 중요한 전제는 스스로 지켜야 할 품위이다.
물론 요즘 방송에서는 명사들을 망가뜨리는 굴욕 사건들이 인기라고 하지만 인간적으로 보이는 인기와 스스로 지키는 품위는 다른 것이다. 흥미 위주의 미디어와 온라인의 관심사는 그나마 지키려는 자존심과 품위를 끌어내리는 것에 인기도라는 제목으로 집중한다. 다시 말해 지목할 만한 사람들이 망가지는 것을 즐긴다고도 할 수 있다. 어쩌면 다 함께 망가지자는 옅은 문화의 단면을 보는 것이다.
근래에 우리 개원의들이 접하게 되는 세미나와 학술대회가 잦다보니 함께 열리는 크고 작은 기자재 전시회 역시 자주 찾게 되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런 행사장을 찾는 주요 관심사 중의 하나는 아무래도 경품이 된다. 문제는 이 경품에 대한 우리의 집착이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이다. 복권에 당첨되듯 행운을 안는다면 기분이야 뿌듯하겠지만 크고 작은 경품에 시선을 팔다 보면 그 흔한 우산 하나 휴지 한통에도 남들 보다 더 챙기려는 욕심이 앞서게 된다. 이런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 장사의 기본이고 비즈니스의 시작인데 거저라는 생각에 우리는 스스로의 본분을 잊고 말려드는 우를 범하게 된다.
결국 품위를 지키고 그 품위를 세워주는 비즈니스의 장이 되어야 하는데 마치 백화점 세일 경품행사 같이 엉망이 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쇼핑백을 채워주는 그 별 것 아닌 경품들이 얼마나 실속 있을지 모르겠지만 조만간 버려지게 될 것들에 대해 지나친 집착을 하지 않는지 우리 직업을 생각하며 되돌아 볼 일이다. 우리들이 품위를 지키면 참여하는 이들 역시 건전하고 격식 있는 전시 문화를 이끌어 갈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행사를 주최하는 측에서도 일정한 룰을 정해 품위를 떨어뜨리는 업체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전시회는 자유롭게 풀어주는 축제의 비즈니스지만 상호 간에 지키고 지켜줄 한계를 넘어간다면 경박한 속내만을 서로 확인하는 소탐대실의 장이 되고 말 것이다.
얼마 전 대한의사협회 회보에는 의원급 의료기관 중 하위 20%는 당장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고 나머지 40% 역시 오래지 않아 적자 경영에 접어들 것이라는 내용이 실렸다. 그 외에도 의원급 의료기관의 대출로 인한 부채 문제가 대단히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적자가 나더라도 이전은 할지언정 폐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사실을 언급하고 있다. 늘어나는 의원들의 수에 비해 환자들은 병원 급을 선호하게 되는 잘못된 의료전달체계로 인해 결국 개원가의 몰락이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 치과계 역시 최근 겪는 양극화의 혼란 속에 개원의들 대부분은 어려움을 겼고 있다. 어쩌면 예견된 전문직들의 미래를 행사를 통해 미리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켜야 할 품위만큼 힘겨운 앞날을 보는 것 같다. 우리도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할 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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