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경험하는 일이지만 철이 바뀌며 입는 옷에서 발견되는 동전이나 지폐 등은 일단 시작하는 하루를 기분 좋게 한다. 기껏해야 망각이 가져오는 멋쩍은 기쁨이고 결국 소경 제 닭 잡는 것이지만 그래도 이걸로 뭘 할까 하는 다음 생각이 우리를 일순 들뜨게 한다.
부동산을 매매하거나 큰돈을 움직이는 경우는 작은 병원을 운영하는 대부분 우리 개원의들에게 일생에 그리 흔하지 않은 일이다. 기껏 한 달 단위로 수지를 맞추고 예전보다 몇 배 늘어나는 지출에 줄어드는 매출을 생각하면 점점 소시민으로 살아야 하는 운명이 우리들의 길이라고 생각한 지 오래다.
일생을 놓고 보면 하루 동안 선택할 수 있는 작은 즐거움도 있고 몇 날을 두고 다가오는 좀 더 큰 즐거움도 있을 것이고 몇 달이나 수년을 벼르는 큰 계획도 있지만 시간이 걸릴수록 기다림은 행복을 가져다준다.
어떤 영국 속담은 '하루의 행복을 이발소에, 일주일의 행복은 결혼에, 말을 사는 것을 한 달의 행복에, 그리고 집을 짓는 것은 일 년의 행복'에 비유한다. 물론 평생의 행복인 정직을 강조한 전제이지만 또한 이렇듯 짧고 작은 행복들 없이 더 큰 행복을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 주위에는 작고 소중한 것들을 지나쳐 버리고 거대하고 원대한 것들을 거칠게 큰 꿈으로 포장하고 결과를 기대하는 일들이 허다하다.
외형적 성과주의와 한바탕주의에 물든 것이라고 판단되지만, 아직도 세상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철없는 생각이기에 기다림의 효과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치과계 역시 큰 사업인양 대형 병원들이 생기기도 하고 갑자기 없어지기도 한다. 나쁜 결과인 경우 그로 인한 피해는 믿고 따랐던 환자들과 주위 동료들에게 고스란히 남겠지만 이제는 수없이 겪는 주위에 변화인 탓에 오히려 무관심으로 마음을 정리하게 된다.
아마도 환자들 역시 규모와 번듯함에서 오는 착시 효과는 진료의 질이나 내용과는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점점 깨닫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랜 시간을 겪으며 검증되지 않은 것들의 정직하지 못한 결과에 대해서도 눈치채고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값싸고 좋은 것도 있지만 그것은 물건을 사는 일에 관한 것이고 적어도 진료라는 영역은 쉬운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학습 받는 것이다. 눈에 당장 보이는 가치보다 보이지 않는 가치가 더 크고 소중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도 그렇다. 흔히 말하듯 가장 비싼 것이 공짜라는 사실을 현실화하는 시점일 것이다.
무형의 가치는 유형 가치 이상의 대가를 치루지 않으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국제치과기자재전시회 및 학술대회가 지난 주말에 있었다. 작은 진료실 지킴이로 살아가는 우리 개원의들에게는 더 없이 크고 값진 행복의 시간이었다.
이 행사는 이미 우리 치과계의 대대적인 축제의 한마당이 된지 오래다. 배움과 기자재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전국에 흩어진 많은 개원의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 큰 시너지 료과를 만드는 역할도 한다. 적어도 가끔은 오감이 즐겁고 유쾌한 이런 자리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이행사 후에 우리들이 각자의 진료 환경으로 돌아가면 현장에서 보고 배운 좋은 경험들이 행복 바이러스로 전국의 치과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전파될 것이다. 매일 같은 일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렇게 대회 기간을 통해 찾아낸 즐거움은 아무리 숨기려 해도 우리 환자들이 금방 알아채는 작지만 강한 행복이며 기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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