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인천에서 개원하고 있는 연세e치과 원장 이성준이라고 합니다.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고 경험도 일천한 동네치과 원장에게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신 포럼 관계자 분들께 먼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연찮게 참가 제의를 받은 제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망설임이었습니다. 나가서 어떤 얘기를 해야 할까. 동년배 친구 선후배들 만나면 서로 어렵다 어렵다 맘 놓고 신세 한탄을 하지만, 이런 자리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발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니까요. 괜히 나섰다가 전국구 찌질이?로 낙인찍히는 것은 아닌가. 치과도 멀리 있는데 진료에 지장을 주는 것은 아닐까.그래도 이 자리에 서겠다고 결심한 것은 이 시대 치과의료의 제일선에서 고생하고 있는 수많은 민초치의, 그 중에서도 이미 황폐화된 개원가에 뛰어들어 불투명한 미래에 불안해하며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을 저와 같은 젊은 치의들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많은 분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하는 바램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저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어떻게 하면 나와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이 처한 상황과 심정을 생생하게 대변해드릴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발표를 준비해 보았습니다.지금 와서 생각해 보자면 제가 처음 개원을 하던 2011년만 해도, 전반적인 개원환경이 지금보다는 양호했던 것 같습니다.그 당시만 해도 선배님들께 조언을 받고자 개원 인사를 드리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치과를 열면 대체로 페이닥터 때 보다는 수입이 나을 것이다 - 라는 취지의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여러 선배님들은 후배들이 개원하겠다고 하면 선뜻 ' 잘 생각했어'라 고 격려해 줄 수 있으신가요?
저는 개원하고 1년, 2년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현실이 그렇게 녹록치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한 자리에서 열심히 하다 보면 환자들과 신뢰가 쌓이고 자리를 잡을 거라던 믿음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습니다.이런 상황에 직면한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무엇이 문제일까? 친구 선배들에게 물어봅니다. 대개 결론은 비슷합니다. 자리가 나쁘다. 니가 더 열심히 해 봐라. 자리가 나쁘다고 하는 분에게는 이렇게도 물어봅니다. 그럼 어디로 가면 됩니까?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해줄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요.
단순히 원장이 못 나서, 자리가 나빠서 치과가 안 되는 것이라면, 자리를 옮기면, 내가 열심히 하면 나아지겠죠. 그게 정말이라면, 다른 곳에 개원한 친구 선후배들 중에는 잘 되는 분들이 많아야겠죠.
하지만 최소한 최근 2~3년으로 범위를 좁혀보자면, 개원가에 뛰어든 동료들 중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소수의예외도 있습니다만, 일반적인 동네치과가 아닌 유사 기업형치과나 덤핑치과 아류작? 인 경우가 많더군요. 학부 때 공부 열심히 하던 동기선후배들이 XX만 원에 양심 어쩌고 저쩌고 하며 지하철역에 얼굴을 파는 것도 이제는 흔한 풍경이 된 지 오래입니다.
그래서 저도 한 번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 친구들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생각해보니 오히려 답은 간단하더군요. 그렇게 안 하고는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동네치과 -한 자리에서 지역 주민들과 유대관계를 맺는- 모델의 실패 사례가 많아지다 보니, 일부 치의들은 규모와 가역 등으로 무장한 모델을 구축하는 데 혈안이 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일부'라고 표현했지만 아시다시피 절대 무시할 만한 숫자는 아니죠.
불법 네트워크 치과뿐 아니라 이런 유형의 아류? 치과가 지역에 들어설 때 마다 그 지역 개원가가 황폐화 되고, 기존 치과들마저 환자 유인과 가격으로 맞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지요. 여기 계신 많은 선생님들 중 상당수도 이런 상황을 피부로 체감하고 계실 것으로 봅니다.거기까지는 그렇다 치자. 그럼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되는가? 그것이 오늘 포럼의 주제이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선량한 치의들의 화두겠지요.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치의들은 지금까지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곤 해왔습니다. 내가 못 나서 그럴 거야, 내가 이상한 데 차려서 그럴 거야 라며 자책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진실일까요? 이런 현상이 일부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 대부분의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면, 이건 구조적인 문제가 아닐까요?
저는 일단 크게 2 가지 문제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그 2 가지란, 불법 네트워크 치과 등이 선도한 수가 하락의 문제와 치의 공급 과잉의문제입니다. 이 2 가지 화두는 또한 같은 뿌리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불법 네트워크 치과는 사실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며, 그 폐혜에 대해서는 몇 년 전부터 말들이 많았습니다. 그 때만 해도 이런 문제가몇 개의 네트워크에만 집중돼 있었고, 대부분의 치과는 비교적 -지금에 비하면- 고수가를 통해 안정적인 경영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주로 불법 네트워크 치과에 몸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치의들이 개설한 수많은 치과들에서 비슷한 행태가반복 확대 재생산 되고 있으며, 이것이 지역 개원가에 도미노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도 개원 생활하면서, 범람하는 과장과대 광고며 이해가 안 갈 정도의 저수가를 책정한 치과들 앞에서 환자들과의 신뢰가 시시각각 무너져 가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저는 지금 그럼 적정수가는 무엇이며, 그들을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 있는가? 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불법 네트워크 치과에 대한 대응이 너무 늦고 실효성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파생되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치과계의 화두가 될 첨예한 사안에 대해서는 더 늦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겁니다. 저는금명간에 치의 공급 과잉 문제가 치과계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작금의 불법 네트워크 및 아류작들이 급증하게된 이면에는, 치의 공급 과잉에 따른 페이닥터 구직난 및 몸값 하락이라는 명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그래서 좀 전에 두 개의 사안은 하나로 연결돼 있다고 말씀드렸던 겁니다.
이미 공급 과잉이 시작된 상황에서 치과대학 입학정원 축소 등의 논의는, 진즉에 공론화 되었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너무 촉박합니다. 협회는 앞장서서 우리의 의사를 표명해야 합니다.또한 이런 거시적인 문제 뿐 아니라, 이미 우리 주위에 기생하며 뿌리를 내리고 있는 불법 네트워크를 위시한 치과들에 대해 좀 더 강력하게 철퇴를 내릴 수 있는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각 지부 및 분회, 개인도 지금이 비상 상황임을 인지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물론 이런 문제의 해결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말이 지부 분회지 어떤 강제력도 없고, 명예직에 가까운 이런 상황에서 현실적인 결과를 창출해내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를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하고 행동한다면, 분명 조금이나마 나은 결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개원가에 먼저 몸담으신 선배님들께서는 회비도 안 내고 변방에 머물고 있는 젊은 치의들을 괘씸하다고만 생각지 마시고, 얘네들은 왜이러는 걸까? 라고 생각되면 먼저 손을 내밀어 보는 게 어떨까요? 그런 진정성 있는 노력 하나 하나가, 의사소통의 부재 속에 위기에 봉착한 치과계를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현재 제도권 밖에서 떠돌고 있는 후배들도 결코 내쳐야 할 대상이 아닌 보듬어 주어야 할 자식입니다. 그렇게 제도권으로 편입된 후배님들은, 또한 앞으로 산적한 치과계 현안들에 대해서도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괜히 말이 길어진 것 같습니다. 요약하자면, 지금 치과계에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치의들의 힘을 하나로 합치는게 선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뿔뿔이 흩어진 일선 개원가의 목소리를 한 곳에 담을 수 있는 수평적 리더십이 절실하게필요한 시점입니다.선배님들께 결례가 되는 표현이 많았던 게 아닌가 걱정도 많이 됩니다만, 저 또한 더 나은 치과계를 만들기 위한 충정에서 쏟아낸 말들이니, 너그럽게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짧은 시간이지만, 저에게 이런 기회를 주신 관계자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치과협회 김철수 이상훈 회장 예비 후보 공동성명서 전문 -선거인단 배정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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